22. 건물을 빌리다

한낮의 왕도



왕도에서 임대물건을 찾고 있던 나는 빈 점포를 발견했다.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던전으로 가는 입구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친김에 주변의 가게에 어떤 점포였는지 묻는다.

몇 달 단위로 가게가 바뀌었다가 망한, 저주받은 장소라는 것을 알았다.

가게 주인도 죽거나 야반도주하거나 해서 제대로 된 꼴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곧바로 벽보에 적혀 있던, 점포를 관리하는 집주인을 만나러 갔다.

집주인은 뚱뚱한 중년 여성이었다.



"하아~? 안돼 안돼. 저기는 점포로 빌려주고 있으니까, 사는 것만으로는 안 돼. 법령 위반이 되어버려."



"그렇구나……뭘 파는지는 상관없는 건가?"



"그래. 지금까지 있었던 건 도시락 가게, 보석 가게, 포션 가게, 쥬스 스탠드, 옷이나 방어구를 수선하는 가게, ……왠지 전부 금방 망해버렸지만."



릴리시아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입지는 그리 나쁘지 않은데 왜 그럴까요?"



"몰라. 가게 주인이 없어서 곤란할 정도야. 저주를 받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아서 민폐야. 정말."





"흐음……"

나는 턱에 손을 얹고 생각에 잠겼다.



딱히 장사로 돈을 벌자는 게 아니다.

단지 던전의 입구를 연결하는 장소가 갖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면, 가게인척 하고 빌려 버리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보통 사람들이 별로 원하지 않는 물건을 가게에 늘어놓아 버리면 된다.





"한 달에 얼마지?"



"빌리는 사람이 생기지 않아서 7만 고트야. 싸지? 처음에는 3개월 치를 받고"



"보통의 방 하나의 한 달 값이죠……"

릴리시아가 보충해준다.

일반 방의 절반 이하 공간이지만, 1층 가게라서 이 가격일 것이다.



던전의 입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하나 1층이 아니면 무리이므로, 이미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가게 좀 빌려줘. 집세와 계약은 물론이다. 귀찮으니 부탁해."

나는 큰 금화를 3개 냈다.



집주인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돈을 받는다.

"그건 상관없지만 말이야. 뭘 팔려고 그래? 의심할 게 아니라 신청서류에 필요하단 말이야."



"모험자 관련이지……그런 물건"



허풍을 떨었지만 스스로도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힐끗 릴리시아를 보고 도움을 청한다.





릴리시아가 은발을 흔들며 고개를 끄덕이자 우아하게 손가락을 세우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모험자 생활이기 때문에 그 생활에서 남는 것을 팔고 싶습니다. 나머지는 길드에서는 매입이 저렴해져 버리지만, 원하는 사람이 가끔 있는 물건을 비싸게 팔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수집 의뢰의 잎이나 버섯, 또는 토벌 부위 등입니다."



"왠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것 같은 대답인데. 숲에 가면 공짜로 주워올 수 있는 것을 팔아서 뭐해?"



집주인이 의심하는 눈빛으로 보았다.

여기에는 역시 릴리시아도 말문이 막힌다.





하지만 릴리시아가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번뜩였다.

나는 강한 미소를 띠며 자신 있게 입을 연다.



"그건말이야……임무에는 마감이 있어. 시간을 초과하면 많은 위자료와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어. 그래서, 달성까지 딱 한장 부족하다! 그렇지만 이제 시간이 없어!라고 할 때 길드 매입 가격의 5배에 판다. 이런 걸 하려고 하는데."



말을 마치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히죽 웃었다.



옆에선 릴리시아도 싱글벙글 천사처럼 귀여운 미소를 지었다.

지금 생각해낸 허풍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당당한 미소를 지었다.



우린 사기꾼의 재능이 있을지도 몰라.





집주인이 턱을 손으로 괴고 신음한다.

"과연! 꽤 생각해뒀네, 너희들. 역시 가게를 열려고 생각하는 거군. 모험자 길드도 가까우니까 잘 될지도 몰라."



"아, 나는 꽤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네!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럼, 언제부터 시작할 거야? 이것도 서류에 필요한 거야."



"글쎄요……"



릴리시아가 나를 흘끗 쳐다본다.





나는 적당히 말했다.

"아직 재료 수집도 있고, 개점은 일주일 뒤부터야."



"흥, 알았어. 등기라든지 법률 관계는 둘 거야."



"미안하군"



"그럼 이게 열쇠야. 건물 외벽은 만지지 않도록. 내부 장식은 만져도 되니까."



"알았어."



열쇠를 받았다.

그리고 주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떠난다.





돌로 된 뒷 길을 걸으며, 릴리시아가 나를 올려다보며 감탄하며 칭찬한다.



"주인님이시군요! 그런 장사를 생각하고 계셨다니요."



"아니, 대충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한 건데."



그러자 릴리시아가 걱정스러운 듯 눈살을 찌푸렸다.

"괜찮을까요?"



"최악이라도 문턱에 들어서면 되니까 문제없다. 릴리시아도 시간을 잘 벌어주었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네, 주인님! ――그런데, 괜찮을까요…… 저, 신경이 쓰여요."



기쁨의 웃는 얼굴에서 한차례, 또 어두운 표정을 짓는 릴리시아. 눈썹끝이 불안하게 내려간다.





"뭐가?"



"…저주받은 장소라는 게 왠지 마음에 걸려서…예감이 안 좋아요."



"호오."

보통이라면 웃어넘길 판인데, 천사 릴리시아가 불온한 것을 감지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나는 릴리시아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지금 가서 알아봐야지."



"네."

릴리시아의 손을 잡고 가게로 향했다.



       ◇  ◇  ◇



나와 릴리시아는 왕도의 남동쪽 지구에 있는 가게까지 왔다.

모험자 길드의 외길과 같다.



집주인에게 받은 열쇠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점내

직전의 가게가 도시락집이었기 때문인지, 들어가 몇 걸음에 카운터가 있고, 안쪽은 주방으로 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선 이후, 릴리시아가 미간을 깊게 찡그리며 바닥과 벽, 천장을 보고 있다.



"어때? 릴리시아?"



"…뭔가가 있네요."



"헤에."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릴리시아는 입구를 돌아본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천사가 되어 조사하고 싶습니다만……"



"위험해. 그럼 내친김에 입구를 가릴 수 있게 천이나 널빤지, 그 다음부터는 이것저것 릴리시아의 취향에 맞게 구입하면 좋을 것 같아."



"네!열심히 하겠습니다!"



릴리시아가 주먹을 불끈 쥐며 기합을 주었다.





그리고 거리를 걷고, 재목상이나 옷감상, 유리상등을 돌았다.(9만 고트)



이후 릴리시아의 지시로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었다.

벽지는 크림색으로 변하고 카운터는 유리케이스로 변했으며 거리 창문에는 커튼이 쳐진 채 가려졌다.

이제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릴리시아가 진지한 얼굴로 커다란 가슴을 두 손으로 가린다.

"그럼, 가겠습니다."



후드득 하얀 날개가 펼쳐졌다.



"――흑마력 탐지"



릴리시아를 중심으로 하얀 파동이 생겨나 서서히 퍼져 나간다.

전과는 달리 느렸다.



잠시 손을 앞으로 내밀어 몸을 가릴 듯 흰 날개를 둥글게 단 모습으로 멈춰 서 있다.



――그러나.



은발을 흔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무것도 없어요……왜 그럴까요?"



"하급의 마물이라면 내가 가게에 들어간 시점에서 죽었기 때문 아닐까?"



"음……그런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좀 더 다른 방법으로 알아봐도 괜찮을까요?"



"아, 부탁해."





릴리시아는 지게에서 책을 꺼내더니 읽기 시작했다.

분명 천사 마법에 대해 쓰여진 책이다.



"그러니까, 흑마력 탐지의 응용……"



릴리시아가 플레일을 꺼내고 손을 앞으로 뻗어 추 달린 쇠사슬을 수직으로 늘어뜨렸다.



"흑마력 탐지"



프레일이 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추를 낮춘 채 천천히 가게 안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부엌이 있는 마루까지 오니 늘어진 쇠사슬이 빙글빙글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걸음을 멈추고 나를 본다.



"…주인님.여기 밑에 뭐가 있는 것 같아요."



"호오, 한번 알아보자."



부엌까지 가서 바닥을 살폈다.

콩콩 하고 손가락으로 두드리자 소리가 울린다.



"이 아래 비어 있네."



"내려가 보실래요?



"그러자"



여러 가지를 살펴보니 마룻바닥 일부가 들떠있다.

안을 들여다보니, 벽의 빛나는 밝은 구멍이 아래까지 이어져 있다.



"이건 던전이잖아!?"



"확실해요, 던전이에요!"





그러자 던전코어에게 받은 무선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무선의 화면을 보니, 입 모양의 마크가 나타나 있다.

화면을 향해 말을 건다.



"왜 그래?"



「거기 위험이 위험해요! 위험 경고합니다!」



"뭐가 위험하다는 거야?"



「거기, 라이벌의 입구예요.」



"하? 라이벌?"



「그래요. 왕도 동쪽에 있는 던전이 통로를 늘려오고 있어요!」



"왕도 동쪽! 지금도 상당히 클 텐데. 왕도 아래까지 닿을 정도로 거대했던가!?"



「아니요, 더 거대합니다.」



"에?"





「왕도에서 보면 동쪽에서 남쪽까지 병풍 같은 산맥, 저게 다 던전화되어 있어요. 산 너머의 대협곡도」



"에엑! 그렇게 거대했던가!"



「나도 이 녀석한테 당했어요. 이 녀석 코어 4개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랬었군……"



「마스터―,저를 지켜주십시오.」



"아, 당연하지. 너는 이제 소중한 친구니까."



「기쁩니다! 마스터!」



무선의 통화를 끊었다.



――던전코어가 파괴되면 내가 생각하는 주거플랜이 허사가 된다.

내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왕도 동쪽 던전을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겠군.





릴리시아를 보았다.

"어떻게 하지? 이건 길드에게 알려야 하나?"



"그게 나을 것 같아요. 그만큼 광활한 던전은 우리 혼자 감당하기 힘들죠."



"알았어.가자."



우리는 문을 닫고 모험자 길드로 향했다.





소지금 합계. 대금화 42개, 금화 22개, 대은화 11개, 은화 58개.

443만6800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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