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실패와 성공

해질녘의 숲속

용사 마리우스 일행은 숲 속에서 언덕 위에 있는 와이번의 둥지를 망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와이번은 없었다.



마리우스의 잘생긴 얼굴에 초조함이 묻어나오고 있다.



"없어……돌아오질 않는다……어째서!?"



"마리우스님. 이제 돌아가지 않으면 노숙하게 될 겁니다."



여승이 차가운 어조로 진언했다.

국가에서 파견된 용사의 보좌역은 업무차원에서 단정짓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미남의 얼굴을 분한 듯 일그러뜨리며 고통스러운 결단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돌아갑시다. 내일 다시 힘내면 됩니다."



"네, 마리우스님."



승려를 포함한 종자들이 척척 돌아갈 채비를 한다.



마리우스는 단정한 얼굴을 가리기라도 하듯 손에 이마를 댔다.

――도대체 왜 이러는거죠? 어째서, 이렇게 꼬이는 거지……



마리우스는 알렉의 업적의 찌꺼기를 줍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밤이 되자 마리우스 일행은 왕도로 귀환했다.

문을 지나려는데 위병이 말을 걸어왔다.



"마리우스님, 분명 와이번 토벌을 하고 계셨지요?"



"그런데요, 무슨?"



"와이번은 모험자가 쓰러뜨렸대요."



"뭐, 뭐라고요! ……뭐, 모험자도 강한 사람이 있으니까요."



"근데, E랭크 모험자가 토벌한 것 같습니다"



"뭐라고!? B등급을 E가, 그런, 바보 같은……"



마리우스는 붉은 눈을 뜨고 깜짝 놀랐다.





지나가는 사람이 소곤거린다. 여자가 많다.

"이틀 연속 실패래" "어머나. 어떻게 된 걸까" "E랭크 모험자가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인데" "용사를 하고 있는 것이 잘못된 게……?"



마리우스는 수치로 얼굴이 창백해지며 이를 지그시 깨물었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며, 빠르게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럴 리가.....왜 잘 안 풀리는 거죠……"





국가에서 파견된 파티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숙소 앞까지 왔을 때 멤버는 성으로 보고하러 가려고 하는데 마리우스가 손을 뻗었다.



여승의 손을 잡고 말한다.



"오늘 저녁은 좀 더 같이 있으면 안 돼요?"



"보고가 있어서요. 내일 봐요."



여승은 시원스레 마리우스의 손을 뿌리치더니, 푸른 머리를 흔들며 큰 길을 떠났다.



방치된 마리우스는 억울한 듯 얼굴을 찌푸린다.

――뭐에요! 이 녀석도! 조금 실패한 정도로 등을 돌려!

나에게 안겨서 기뻐하지 않을 여자는 없다는데!



나는 다른 사람보다 용모가 뛰어나고 머리가 좋고 눈치가 있고 마법도 검술도 일류이며 집안도 나무랄 데 없는 선택 받은 자라구요!



마리우스는 돌멩이를 걷어찬다.

그러나 사태가 호전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맥없이 숙소로 돌아가 한 사람의 허무한 밤을 보냈다. 



       ◇  ◇  ◇



왕도의 밤

나는 여러 곳의 쪽방촌을 찾아다니며 1층의 방을 구했다.

싸구려 여인숙이라 역시 침대와 테이블로 방이 꽉 차 있었다. 둘이서 3000고트.



그리고 무선으로 연락해서 던전을 연결했다.

지금은 특별히 필요하지 않지만,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의 테스트였다.





나는 방의 얇은 벽을 바라보며 말한다.

"가능하다면, 싸구려 여관에 묵는 것은 오늘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데"



"네. 저도 그렇게 됐으면 합니다."



"그럼 내일은 방을 구해야지. 릴리시아의 귀여운 목소리를 내가 독점하기 위해서라도."



"네, 주인님!"

릴리시아는 볼을 붉히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방에 물통 두 개가 배달되어 왔다. 백 고트

모락모락 김이 나는 물이 들어 있다.



릴리시아가 흰 수도복 소매를 걷어올린다.



"일단 주인님 몸부터 닦아 드릴게요."



"아, 부탁해."



나는 밧줄을 풀고, 철로 된 가슴보호대를 벗고, 옷도 벗었다.

벌거벗은 나를, 릴리시아가 따뜻한 물에 담근 천으로 피부를 닦는다.

마치 소중한 보석을 깨끗하게 씻기라도 하듯 정성스러운 손놀림으로 닦아낸다.





내가 끝나자 다음은 릴리시아 차례였다.



로브를 벗고, 수도복을 벗고, 흰 갑옷도 벗고, 속옷 차림이다.

균형이 잡힌 큰 가슴이 흔들리고 있었다.



릴리시아는 볼을 붉히며 시선을 돌린다.

"그, 그렇게 보시면 창피해요……"



"아름다운 걸 바라보는 게 뭐가 나빠? 그리고 봐야지 닦을 수 있는데?"



"네? 주인님이 저를? 소유물인 제가 그런……"



"예를 들어 주인이 자신이 가진 미술품을 닦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릴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글쎄, 세계 제일……예……그럼 부탁해요."

릴리시아는 귀까지 붉히며 침대 끝에 앉았다.





나는 릴리시아가 해준것처럼, 옷감을 뜨거운 물에 담그고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간다.

정중하게. 더 정중하게. 손, 발, 어깨, 목덜미, 등....

투명한 하얀 피부가 물을 튀기며 빛난다.



더욱이 속옷을 입고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넘칠 정도의 큰 가슴을 둥글게 감싸듯이 쓰다듬어 간다.

릴리시아가 가냘픈 몸을 꿈틀한다.



"아아――앗! 주인님!"



"자, 더 닦을 거야."



"주인님……"



백짓빛 눈동자에 눈물을 글썽이며 껴안는다. 부드러운 곡선이 밀착됐다.



한 손으로 얇은 등을 감싸면서 천으로 더욱 닦아 나간다.

내 목에 매달리는 릴리시아의 호흡이 점점 가빠져간다. 입김이 귀에 걸려 간지럽다.





――나중에 다시 닦으면 되니까.

참다못한 나는 릴리시아에게 키스를 하면서 침대로 쓰러뜨렸다.



그리고 릴리시아의 등에서 하얀 날개가 쑥 나와버릴 정도로 사랑했다.

날개가 나오고 날개 끝이 쫙 펴질 때까지 더 사랑했다.

어떤 모습이 되어도 릴리시아는 끝없이 아름다웠고, 또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애절한 목소리도 귀여웠다.





소지금 합계. 대금화 45개, 금화 31개, 대은화 11개, 은화 65개.

 482만7500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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